The Paradox "너가 잘못했는데 왜 내가 맞아야 해?" 날카로운 눈빛을 한 지호에게서 들은 첫 마디였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자신이 왕자인 것은 모를 리 없는데. 난생 처음으로 직접 들어본 경박한 말에 경수는 잠시 멍한 얼굴로 지호를 마주봤다. "근데," "..." "너 이렇게 사복으로 보니까 귀엽다. 세자 맞냐?" 이게, 어느 안전이라고...! 아니, 괜찮습니다. 경수는 지호를 향해 큰소리를 내려는 시종을 모두 물렸다. 다들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경수의 으름장에 결국 우르르 방을 나섰고. 오호. 재밌다는 표정으로 제 옆을 스쳐 방을 나가는 시종들을 두리번 거리며 쳐다보던 지호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는 경수를 향해 다시 눈을 돌렸다. "카리스마 죽이는데." "방금 뭐라고 그랬어?" "뭐. 카리..
Dual relationship: 이중관계 w.망꾸 똑똑-.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추기 위해 준면에게 안 들리기를 바라며 살짝 두드린 노크 소리 뒤에는 바로 들어오세요, 하는 준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 들릴 리가 없지. 엄한 팀장님 덕분에 근무시간엔 보통 준면의 부서에는 컴퓨터 타자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아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렸다. 심호흡을 한번 한 경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느라 슬쩍 뒤를 돌아보면, 화이팅! 주먹을 들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응원을 해주는 백현이 작게 보였다. "경수씨." "네, 팀장님.." 경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컴퓨터를 응시한 채로 준면이 경수를 부르면, 경수는 자연스레 뒷짐을 지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여전히 무서운 팀장님인 건 분명했지..
renew w.망꾸 평소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 - 백현아, 나 왔어! - ... - 형? 밤 12시만 되는 백현이 새벽 2시까지 환히 불을 키고 깨어있다는 것과 내일이면 새벽같이 출근해야 할 사람이 꿋꿋한 자세로 쇼파에 곧게 앉아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해서 보더라도 그랬다. 놀란 기색을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세훈에게 여느 때처럼 져주듯이 웃어주는 변백현은 없었다. 심지어 고개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대로 노려보듯이 시계만을 향한 시선에 세훈 역시 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로 그쪽으로 눈이 갈 정도였다. - 지금 몇 시야?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들릴정도로 숨막히는 침묵 이후에 나온 말이었다. 지금까지 뚫어지게 쳐다본 것이 시계였으면서. 눈치없는 세훈조차 그것이 자신을 질책하려는 의도의 물음임을 모를 수..
"...지훈아." "왜요?" "나 그만하면 안될까?" "아직 10분도 안 됐거든요." ...치. 입술을 내밀고 뒤를 돌아보면 한쪽 눈썹을 내려뜨린 지훈은 다섯대 추가라는 말을 하며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소심하게 발을 한번 구르며 심통난 것을 최대한 티내며 다시 벽을 보았다. 와인 빛이 눈 앞에 가득찼다. "손도 들어요." "손?" "들어요, 얼른." "아아... 지훈..." "얼른." 오늘은 정말 화가 난 걸까. 단호한 말투에 잠깐 뒤를 돌아 볼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천천히 팔을 높게 들었다. 팔까지 들면 정말 제대로 혼을 내겠다는 건데. 방금 들어 올린건데도 다리보다 팔이 더 저려왔다. 다른 생각을 하자, 다른 생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름 터득했던 방법이었다. 지훈이와 이런 놀이를 하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