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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백세] renew

망꾸 2016. 12. 27. 12:36

 

 

 

 

 

 

renew

 

                       w.망꾸

 

 

 



평소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였다.




- 백현아, 나 왔어!
- ...
- 형?




밤 12시만 되는 백현이 새벽 2시까지 환히 불을 키고 깨어있다는 것과 내일이면 새벽같이 출근해야 할 사람이 꿋꿋한 자세로 쇼파에 곧게 앉아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해서 보더라도 그랬다.
놀란 기색을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려는 세훈에게 여느 때처럼 져주듯이 웃어주는 변백현은 없었다. 심지어 고개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대로 노려보듯이 시계만을 향한 시선에 세훈 역시 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로 그쪽으로 눈이 갈 정도였다.




- 지금 몇 시야?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들릴정도로 숨막히는 침묵 이후에 나온 말이었다. 지금까지 뚫어지게 쳐다본 것이 시계였으면서. 눈치없는 세훈조차 그것이 자신을 질책하려는 의도의 물음임을 모를 수 없었다.




- ...2시?
- 2시 13분이지, 정확히.




...그렇지. 태연한 척 대답하려던 세훈의 말은 갑자기 자신쪽으로 고개를 돌린 백현때문에 결국 나오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참 오랜만이라 세훈은 절로 할 말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뭐해, 안 들어 오고. 아직 신발장에서 한발자국을 못 떼고 있는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백현에 허둥지둥 신발을 벗은 세훈은 또 차마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거실에 발을 들인 채 그대로 서 있어야 했다.




- 매 좀 가지고 와. 적당한 걸로, 세훈아.




그 말이 떨어질 때까지는.
















*







어제까지만 해도 백현은 세훈에게 좋은 사람, 혹은 참 착한 사람. 그리고 또 혹은 쉬운 사람이었다.

백현이 대학생 때, 그리고 세훈이 고등학생일 때. 백현이 학원 조교를 하며 둘은 만나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사귀는 사이가 되었었다.
그렇게 만난 것이 3년이었다. 3년 후의 둘은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과 대학생이 되었고, 각자의 바쁜 일상에 둘은 커플이라기보다는 동거인이 되어 있었다.

세훈은 조금 이런 관계가 지루해졌다. 더 이상 애교스런 백현이 아닌 것과 새내기인 자신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떼를 쓰던 백현이 아닌 것까지는 괜찮았다. 바빠서 지친 얼굴의 백현도 세훈에겐 꽤나 섹시했으니까. 그렇지만 주말의 데이트까진 아니더라도 잠자리라던가, 아님 뜨거운 잠자리가 아니더라도 함께 휴식을 취한다던가 그런 일상적인 것이 그리워질 정도가 된 것이었다. 
바꾸고 싶진 않았지만 달라지고 싶었다.  아침저녁으로 잠깐씩 얼굴 좀 보자고 무려 애인씩이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매일이 야근이며 주말까지 직장의 노예가 되어있는 백현과 발전하는 연인사이가 되기에는 제약이 컸다. 세훈은 이해했지만 참을 수는 없었고, 그렇게 조금씩 밖으로 겉돌던 것이 이제 막 2주차가 되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세훈은 맹세할 수 있었다. 그저 답답했을 뿐이었고,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백현은 그런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정말이지 어제까지만 해도 백현은 자신이 언제 들어오는지조차 몰랐거든. 아침 출근 전에 마주쳐도 표정변화 없이 그저 밥 꼭 챙겨 먹으라며 짧은 뽀뽀를 해주던게 다였다.





- 더 올라와.
- 흐아.. 응..
- 더.



그리고, 말은 좀 길게 하도록 해. 거슬리니까.

쇼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백현은 기어코 세훈을 엎드려 놓은 채 30분을 꽉꽉 채웠다. 웬만큼 운동도 하고 몸이 건강한 세훈인데도 20분이 지나가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손바닥에도 가득 찬 땀 때문에 자꾸만 미끄러져 결국 30분이 지나 백현의 앞에 뒷짐을 진 채 섰을 때는, 이미 한두번 지적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바지 벗고, 세훈아.

- ...네?

- 무릎잡고 서.
- ...
- 긴 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행동해.




생소한 말을 내뱉는 백현은 이상할 정도로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평소 작은 입을 움직이며 조잘대던 백현과 너무 달라 세훈은 잠시 그런 백현을 멍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변백현이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있었나. 그런 생각까지 들자, 그대로 바지를 벗고 백현이 원하는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허리 더 숙여.




자리에서 일어나 세훈의 허리를 누르듯이 지탱한 백현은 아까 세훈이 들고 온 넙적한 구두주걱을 잡은 채였다. 백현의 말대로 '적당한' 크기였기에 조금 짧고 두꺼워 세훈의 엉덩이에 가져다 대면 딱 그 길이가 맞았다. 긴장한 세훈의 엉덩이를 먼저 달궈줄 정도로 백현은 여유가 있지 않았기에, 그저 두어번 신호를 주듯 위쪽을 건들여주었다.




짜아악 짜아아악

처음엔 조금 따갑다 싶었던 매가 줄곧 한군데만 닿자 세훈의 엉덩이엔 금새 빨간 줄이 쳐졌다. 세훈이 아픔에 몸을 조금 틀려해도 허리에 놓여진 백현의 손 때문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압박이 느껴질 정도로 센 힘이었다. 어째 때릴수록 화가 나는지 점점 힘이 세지고 매의 간격도 빨라졌다. 자꾸만 굽혀지는 무릎에 세훈은 백현의 매가 아파질수록 무릎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야 했다.




- 씨발.




아무말 없던 백현의 한마디에 몸을 조금 움찔한 세훈은 던지듯 내팽겨쳐지는 구둣주걱을 거꾸로 선 채 볼 수 있었다. 어느새 눈물이 찔끔 나와있던 세훈은 끝난줄 알았던 체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눈을 꼭 감아야 했다. 백현은 세훈의 엉덩이를 거칠게 잡아 올리고는 손바닥으로 한 쪽씩 번갈아 매를 내리쳤다.



짜아아악 짜아아아악

- 내일 정도에 우리 회초리를 하나 구하도록 해야겠다.
- 후으..
- 어? 오세훈.
- 네에..
- 오세훈 헛짓하고 다닐 때마다 잡아주려면,




좀 더, 제대로 된, 매가 필요하다고.

한마디 한마디마다 어찌 회초리보다 아프게 내려오는 손바닥에 세훈은 꾹 참고 있던 눈물이 결국 흘렀다. 거친 말이라고는 입에 담지도 못하는 백현이, 그리고 장난치는 저에게 맞서 등을 한대 때리지도 못하는 백현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싫었던 탓이었다.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아랫입술을 깨물면, 손바닥이 내려올 때마다 밀리는 몸에 입술에 더욱 짓눌렸다.




- 너가, 어디를 가던지.
- 흐읍.. 윽..
- 누굴 만나던지 상관없어.
- 아읍, 형..
- 그대로 들어.




마지막 한 대를 올려붙인 백현은 세훈의 허리를 고정시켰던 손까지 뗀 후 팔짱을 끼고 말했다. 근데, 이렇게 믿음을 깨는 건 곤란해. 그쳐지지 않는 울음소리가 자꾸만 세어나와 버거웠지만, 세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쉬곤 백현의 목소리에 집중하려 했다. 그럼에도 끙끙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옴에 백현은 하아..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바닥에 떨어뜨렸던 구두주걱을 다시 들었다.





-오늘 집에 왔는데, 애는 역시 없고. 씻고 나왔는데 너를 클럽에서 봤다는 문자가 와있었어.
- 흐윽...끄..
- 이런 상황 어떻게 생각해?
- .. 후으..
- 난 되게 기분이 더럽더라고.




다리 똑바로 펴. 흐트러진 자세를 구두주걱으로 툭툭치며 다시 고정시킨 백현은 다시 한참을 그대로 온 몸을 떨며 우는 세훈을 내려다 보는 듯 했다. 잘못했어요.. 결국 침묵을 깨고 우는 소리로 말하는 세훈에 백현은 콧웃음을 치며 뭘? 하고 반박해줄 뿐이었다. 잘못을 알아도 차마 바로 대답할 수 없는 분위기에 세훈은 그저 코를 훌쩍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차가운 변백현도, 무서운 변백현도 세훈은 모두 처음인 탓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앞으로 너가 뭘하고 다니는지 정도는 니 입으로 듣게 해. 오세훈.
- ...

짜아아악

- 대답 안해?




아아.. 네! 서둘러 세훈이 대답하면, 백현은 세훈을 쇼파 옆 벽을 향해 서도록 지시했다. 백현의 얼굴이 궁금했지만 차마 고개를 들 생각도 못한 채 세훈이 벽을 보고 서자, 백현은 구두주걱을 제 자리에 놓으려는 듯 현관으로 가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 내일 저녁 내가 집에 올 때까지 알아서 회초리 구해와.
- 끕.. 네..
- 못 구했다거나 제대로 된 거 아니면 내가 절대 만만치 않은 걸로 손수 구해올 테니까 알아서 하고.
- 네...
- 머리에 손 올리고 네가 뭐 잘못했는지 반성해.




끝나지 않은 체벌에 세훈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도,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이 펑 터졌다. 흐, 흐어엉.. 결국 참지 못하고 터진 울음에도 백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세훈은 벽을 본 채 한참을 소리내서 울고서야 눈물을 그쳤다. 그제서야 하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 벌을 받으며 어린애처럼 울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진 세훈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백현과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 ...
- ... 백현아.
- 벽 봐.
- 잘못했어...
- 벽 보랬어.
- ...정말... 잘못했어요.
- 엎드리는 것부터 다시 하고 싶지 않으면 벽 봐.





결국 고개를 푹 숙인채 벽으로 향한 세훈에 백현이 고개도 들라고 말을 하고서야 세훈은 꼼짝없이 다시 하얀 벽만을 바라보아야 했다. 뜨거웠던 엉덩이도,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을 디디던 발가락까지도 조금 차가웠을 때 쯤, 앞으로 오라는 백현의 말이 들렸다.




- 앉아.
- ...바닥에?
- 말 길게 하랬어.
- 네...




여전히 차가운 백현의 말투에 세훈이 주춤거리며 바닥에 꿇어 앉으면, 얼얼했던 엉덩이가 발꿈치에 닿아 다시 고통이 느껴졌다. 분명 손으로 맞은 것이 대부분인데도 필히 멍울이 졌을거라고, 세훈은 다시 눈물이 핑 도는 눈에 힘을 주고 백현을 올려다 보았다.





- 반성한거 말 해.
- ...형 몰래 클럽에 가서 늦게 들어온 거요..
- 그게 다야?
- ...또?
- 그리고. 네가 몰래 갔어? 그냥 나를 상관 안 한거지.
- 아, 아닌데...
- 그럼, 그런 차림으로 2주 째 새벽에 들어오는데. 모르면 그게 사람이야?




전혀 몰랐던 사실이 치고 들어옴에 세훈은 백현이 눈치가 빠르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인지해야 했다. 물론, 백현이 알아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정말 알고 있었는지는 몰랐기에. 세훈이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자 백현은 기가 찬 웃음을 뱉을 뿐이었다.

 


- 너가 왜 그런 곳에 발을 들였는지 알아서 더 화나.
- ...알아?
- 너, 작년에 클럽 가고. 내가 어떻게 했어.
- ...그냥 잘 놀았냐고, 물어봤..
- 그 땐 정말 놀러간거니까. 근데 오늘은?
- ...
- 클럽 애들은, 나보다 재밌디?




니 지겨운 3년 애인보다?
빈정거리는 말투의 백현은 그렇게 화를 내고도 전혀 풀리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터지려는 화를 꾹 눌러 참는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 세훈은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현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어떤 생각을 했을지가 어쩐지 상상이 다 가는 까닭이었다. 아니,그게, 그게 아니야! 무릎위에 올려두었던 손까지 들어 손사레를 치는 세훈을 쳐다보던 백현은 그대로 세훈의 두 손을 머리위로 올려 한 손에 잡았다.




- 어땠냐고.
- 백현아, 진짜,
- 너는 내일 니가 가져온 매로 또 맞아도 할 말이 없어. 맞지.
- 진짜.. 정말 그게 아니라, 아니, 잘못,




당황한 세훈이 말을 더듬는 동안 백현은 아까 풀고선 그대로 쇼파에 걸쳐두었던 넥타이를 들어 세훈의 손목을 한번에 묶었다. 아파!! 상황파악을 못하고 소리를 빽 지르는 세훈에도 가차없이 한번 더 단단히 묶은 후 그 앞에 쭈그려 앉으면, 빨게진 얼굴로 다시 변명을 시작하는 세훈이 보였다. 그리고, 오세훈, 입.




- 반항하면 발목도 똑같이 묶어줄거야.
- ...
- 그리고 내가 넣을거야.
- ..무, 무슨, 무슨..!
- 3년만에 뒤집히고 싶지 않으면 잘 참아보도록 해.




순식간에 세훈의 티셔츠 안으로 고개를 집어 넣은 백현은 세훈을 그대로 바닥에 밀어 눕혔다. 그리고는 빠르게 세훈의 몸을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다녀온 곳이 다녀온 곳인지라, 담배냄새에 땀냄새가 조금 났지만은 백현은 별로 게이치 않았다.




- 후으..읏..
- 많이, 하고 싶었구나, 우리 세훈이.
- 아아.. 변, 백현..!
- 쓰읍. 멋대로 움직이면 혼나.



능수능란하게 세훈을 애무하던 백현은 아래로 내려갔다가도 다시 위로 올라와 세훈을 애태웠다. 세훈은 당장이라도 티셔츠를 벗어 백현의 얼굴을 보고 싶기도, 백현을 눕혀 빨리 일을 치르고도 싶었지만 단단히 묶인 손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백현의 입술이 밑으로 내려올수록 급해져 다리라도 백현의 몸에 감을라치면, 따갑게 허벅지로 내려오는 손에 다리까지 자동으로 고정이었다. 점점 달아오르는 몸에 세훈은 고개만 젖힐 뿐이었다.




- 후으.. 세훈아.




단단한 가슴을 쥐던 백현이 순식간에 세훈의 티셔츠 목으로 자신의 얼굴을 빼내 귓가에 속삭이자, 세훈은 여느때보다 빠르게 흥분하는 몸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 세훈에 드디어 백현은 낮은 웃음을 흘렸다. 세훈아, 대답해야지.




- 응, 응!
- 다음엔 재밌고 싶으면, 직접 말해.
- 후읏..!
- 아님, 또 가보던가, 클럽.




얼마나 더 재밌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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