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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면도] Dual relationship

망꾸 2016. 12. 27. 12:38

 

 

 

Dual relationship: 이중관계

                                                         w.망꾸

 

 











똑똑-.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추기 위해 준면에게 안 들리기를 바라며 살짝 두드린 노크 소리 뒤에는 바로 들어오세요, 하는 준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 들릴 리가 없지. 엄한 팀장님 덕분에 근무시간엔 보통 준면의 부서에는 컴퓨터 타자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아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렸다.
심호흡을 한번 한 경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느라 슬쩍 뒤를 돌아보면, 화이팅! 주먹을 들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응원을 해주는 백현이 작게 보였다.





"경수씨."
"네, 팀장님.."




경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컴퓨터를 응시한 채로 준면이 경수를 부르면, 경수는 자연스레 뒷짐을 지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여전히 무서운 팀장님인 건 분명했지만, 오늘은 그리 큰 실수가 아니었기에 겁을 먹진 않았는데. 준면은 경수의 생각보다 많이 화가 난 듯 인상까지 찌푸리고 있었다.





"자꾸 이렇게 실수를 해대면 어떡합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한 것도 한 두번이지. 언제까지 이럴건데요?"





탁탁, 기다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만 잠시 팀장실을 울리고, 경수는 정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고개만 더욱 푹 숙일 뿐이었다.
다른 부서보다 훨씬 정확성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돈을 다루는 곳인 회계부였기에 경수는 제 조그만 실수도 물론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러나 막 졸업한 신입사원인 경수는 아직 준면의 기준에 한참은 못 미쳤다. 그래도 아등바등 회사에서도, 또 회사 밖에서도 노력하는 경수를 알아, 준면은 신입사원인 경수를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것에 열의를 보였다. 준면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하려고 애쓰는 제 부원이 싫을 순 없었으니.





"후우... 손 짚으세요."
"네에..."





회사에서 혼나본 적이 사실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화가 난 준면에게 1차로, 그리고 정말 매까지 맞을 줄은 몰랐던 상황에 2차로 타격을 맞은 경수는 우물쭈물 준면이 앉고 있는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자연스럽게 바지 버클을 풀려던 손을 회사라는 것을 깨닫고 제지한 경수는 자신이 생각보다 긴장하고 있음에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준면의 눈치를 보며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그대로 손을 책상 위로 가져가 손바닥을 짚고 팔꿈치까지 책상위로 올린 경수는 제 조금 앞에 위치해있는 준면의 얼굴을 차마 쳐다보진 못하고 제 눈 앞에 보이는 손가락 끝만 쳐다볼 뿐이었다. 깔끔한 준면의 책상 위에는 경수가 어디 잡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경수의 자세가 잡히는 것을 확인한 준면은 맨 아랫 서랍에서 기다랗고 두툼한 지휘봉을 꺼내곤 일어나 책상을 돌아 경수의 옆에 섰다.





짜아아악-
"경수씨 편의를 최대한 봐줬는데,"
"하나.. 아읍.."



짜아아아악-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합니다."
"두울..! 죄송합니다.."




자세 유지해주세요, 방해되지 않게. 손도 펴서 책상 짚으시고요.
아직 시작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주고 있었던 경수는 얼른 손에 힘을 풀고 다시 책상을 짚었다. 어느 준면이든 무섭긴 매한가지였지만, 회사의 팀장님인 준면이 분위기상 더 무섭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팀장실엔 둘밖에 없었으나, 어쨌든 공적인 공간인 것은 분명했고, 공과 사는 철저히도 구분하는 준면이었으니까.




짜아아아악-
"흐읍.. 여덟..."
"이쯤되면 경수씨가 어떻게 우리 부서에 들어왔는지가 궁금해지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짜아아아아악-
"요즘 덜하더니. 또 정신 놓을 거에요?"
"아홉...후으..아닙니다아..!"
"...마지막이에요."


짜아아아악-
"여얼.. 끕.."
"반성하셨나요?"
"네! 팀장님..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잘할 자신 있으십니까."
"예! 잘하겠습니다아.."




바지 위에 맞은 건데도 마지막 열번째에는 절로 다리가 꺾이는 것을 보니 준면은 왠지 저도 모르게 화가 난 제 감정을 담아 때렸던 것 같아 멋쩍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만큼 경수가 안쓰럽진 않았지만. 오늘 저지른 실수는 공적인 실수이든, 사적인 실수이든 아무래도 괘씸했으니.




"10분 드릴게요. 반성하세요."




준면은 반성시간엔 제가 하라고 한대로 경수가 눈을 꼭 감는 것을 확인한 후 눈 감은 경수의 얼굴을 감상하며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


저도 모르게 경수의 입쪽에 가져가려던 손을 다시 내리고는 서랍을 열어 지휘봉을 집어 넣은 준면은 의자에 기대 팔짱을 낀 채로 눈 감은 경수의 얼굴을 뜯어보듯 샅샅히 훑었다.
동그랗게 저를 마주보는 눈도 참 예뻤지만 감은 경수의 눈은 속눈썹이 두드러져 보였고, 눈을 감은채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어색한지 입술을 살짝 달싹이는 모습이 평소 대부분의 시간에 움직임이 적은 경수와는 달라 준면은 이 반성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물론 경수를 혼내려고 준 벌이긴 하지만, 아무튼, 좋은게 좋은거니까.
준면은 경수의 반듯한 이마부터 천천히 아래로 눈을 내리다가 곧 자신이 시간도 확인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제서야 켜져있는 컴퓨터 화면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대충, 5분 정도 더 시키면 되겠지.
















.
.
.



"경수씨."
"네..!"
"저는 이런식으로 자꾸 경수씨랑 회사에서 부딪히고 싶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똑바로 일 처리해주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팀장님."





좋습니다. 일어나세요.

그제서야 눈을 뜨고 몸을 추스리는 경수는 어째 맞은 엉덩이보다 딱딱한 책상위에서 꽤 오랜시간 제 몸을 받치고 있던 팔이 더 아픔에 팔꿈치를 한번 쓸어주었다. 그 모습에 한쪽 눈썹을 올리는 준면의 표정이 보여 얼른 손을 차렷자세로 만든 경수는 꾸벅 준면에게 인사를 했다.




"이건 제가 마저 고쳐서 마무리할테니,"
"아.."
"오늘 보고서 제출할 꺼 얼른 끝내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저를 위해 배려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퇴근시간 이후의 둘만의 시간을 위해 준면이 스스로 일거리를 감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은 더이상 숫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경수는 저절로 감사하단 인사가 나왔다. 나가보라는 준면에게 다시 꾸벅 인사를 한 경수는 엉덩이가 조금 부어올라 어색한 걸음거리를 하고 팀장실을 총총 빠져나왔다.

예고없이 혼나는 바람에 혼나는 중에도 몇번은 눈물이 나올 뻔 한것을 참아야 했던 경수는 걱정스런 다른 동료들의 눈초리에 얼른 얼굴을 감추고 화장실로 향했다. 맨 구석 칸에 들어가 맞은 곳을 확인해보려 했다가도, 그보다 먼저 아린 팔꿈치에 와이셔츠를 내려 팔을 살폈다. 역시나 매를 맞을 때마다 자꾸 앞으로 쏠리는 몸을 막느라 손목부터 팔꿈치까지는 빨갛게 자국이 난 채였다. 준면에게 투덜거리면, 항상 손바닥으로 받치라며 조언아닌 조언을 주긴 했지만, 아무튼 사람이 참 악독한 면이 있다고 중얼중얼 잠시 준면의 욕을 하던 경수는 눈물을 참느라 아픈 눈도 꾹꾹 눌러주어야 했다.



"..."


그래도 저를 쳐다보는 엄격한 팀장님의 준면의 모습은 여전히 멋져서. 잠시 컴퓨터를 보며 인상을 쓰고 있던 준면의 옆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던 경수는 다시 고민의 시작점에 도달해야 했다.
도대체 준면은 갑자기 왜 그렇게 화가 났는가. 오늘 아침에 출근할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준면과 경수는 대학 선후배 사이였다.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여차저차 대학생때부터 사귀게 되었고, 먼저 취직한 준면의 뒤를 이어 2년 후에 같은 부서로 경수가 취직을 하게 되었다. 준면이 취직하는 동시에 동거를 시작했던 둘은, 어쩌다보니 대학 씨씨에서 부터 시작하여 사내연애까지, 거기다가 플러스로 동성연애까지. 위험한 것은 몽땅 도맡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준면은 같은 부서로 배정받아 기뻐하던 경수에도 왠지 표정이 미적지근했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간 첫날 이후부터, 경수는 준면의 모든 관심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물론, 경수에겐 꼭 좋지만은 않은 의미의 관심이었지만.
준면은 경수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유독 깐깐하게 굴었다. 동기로 들어온 백현은 경수에게 팀장님에게 뭐 잘못한게 있냐고 물어올 정도였다. 아무튼 처음부터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둔 준면덕분에 가끔 집을 같이 가는 것이 들켜도 다른 사원들은 둘이 친하다고조차 생각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준면이 오늘처럼 계산 실수때문에 매를 드는 경우는 드물었다. 매를 들어도 집에서 들었지, 회사에서 매를 든 경우는 정말 냉정한 준면이 제 감정을 감추기 힘들정도로 화가 날만한 실수를 했을 때였고, 경수는 제가 생각하기에 오늘 잘못은 그냥.. 물론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려가는 저를 보고 다른 사원들의 안쓰러운 눈초리를 한몸에 받아야 할 정도였단 말이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던 경수는 문득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화장실을 나섰다. 퇴근시간까지 보고서를 끝내지 않으면, 정말, 얼마나 더 화날지 몰라.
















*















준면이 씻고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오면, 먼저 후다닥 샤워를 마친 경수가 침대에 초조하게 앉아 준면을 기다리다가 벌떡 일어섰다. 겨우 보고서를 시간 내에 마친 경수는 집으로 오는 내내 차안에서 아무말 없는 준면에 오늘 밤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예감했다. 그리고 지금,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준면의 곱지 않은 눈에 괜히 땀이 나는 손바닥을 쓰윽쓰윽 잠옷바지 위로 닦아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차.




"아... 나, 바지.."
"벗어."
"으응.."




경수는 긴장감에 서늘해진 몸을 얼른 움직여 바지를 벗었다. 그 사이에 등받이가 없는 조그만 탁상 의자를 침대 바로 옆에 붙여둔 준면은 제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경수를 보고 의자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침대 쪽 봐."
"으응.."
"말꼬리 자꾸 늘려라."
"아, 아니! 안그럴게.."





우물쭈물 천천히 몸을 움직여 벽쪽을 보며 무릎을 꿇어 앉으면, 준면은 들고있던 수건을 어깨에 걸친 뒤 경수의 어깨를 잡아 무릎을 세우고 앉게 만들었다.




손 머리.

침대가 벽에 붙어있었으니, 경수의 시야에는 하얀 벽지말고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채로, 뒷모습을 그대로 준면에게 노출시켜야 했다. 밖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집 안이라 입은 하얀 반팔티 아래로 경수의 햐얀 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 경수가 손을 머리위로 올려 깍지를 끼면, 준면은 그 옆에 서서 경수의 무릎을 모아 자신이 원하는 자세를 잡게 만들었다. 준면의 깐깐한 성격은 회사 안에서 뿐만 아니라 생활하는 중에도 종종 이렇게 보여지곤 했다.

준면은 허리를 조금 숙여 아까 체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수의 엉덩이 상태를 확인했다. 회사에서 쓴 지휘봉은 집에서 쓰는 패들이나 회초리랑은 달라 경수에게 자국을 많이 남기진 않았지만, 오늘은 호되게 혼이 나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부어있는 듯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준면의 성에 차지 않음에 준면은 다시 몸을 세우고는 경수의 왼쪽 엉덩이를 세게 올려 잡았다.



​"흐읏.."
"자세"
"읍, 네에..."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옴에 경수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자세를 움직이지 않으려 서둘러 몸에 힘을 준 경수는 제 엉덩이를 올려 잡은채 주물럭거리는 준면때문에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짜아아악-
"아흐..."




경수의 살을 움켜쥐고 있는 준면의 악력이 꽤나 쎄, 아랫입술을 꾹 깨문 경수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나올때마다 세차게 떨어지는 커다란 손바닥은 경수는 제대로 무릎을 꿇고 있기도 버겁게 했다. 처음엔 통통한 엉덩이 살만 괴롭히던 손은 경수가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쯤, 좀 더 아래로, 그리고 좀 더 가운데로 들어와 경수의 뒤를 살살 자극했다. 능수능란하게 엉덩이와 간간히 그 사이를 괴롭혀오는 손가락에 지금 경수는 제 자세를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머리위에 깍지를 껴서 단단히 고정시켰던 손은 어느새 경수의 가슴께까지 내려온 채였다.
아흐읏, 끈적해지는 손가락이 순식간에 깊숙히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 느껴질수록 경수는 신음을 점점 참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신음소리가 잦아지는 만큼 빠르게 떨어지는 손바닥은 경수의 엉덩이를 빠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짜아아악-
"흐읍.."
"안에도 씻었어?"
"네..! 흣.."
"근데, 경수 머리는 거기에 있어? 손이 어디 가 있는거야, 지금."
"아.."





다시 손을 번쩍 올려 깍지를 끼는 경수를 살짝 째려본 준면은 경수의 엉덩이를 만지던 손으로 어깨에 걸쳐져 있던 수건을 잡아내렸다. 그리고는 다시 경수를 그대로 두고 뒤를 돌아 헤어드라이기가 있는 탁상으로 향했다.



위이잉-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경수는 잠시 한 숨 놓을 수 있었다. 다시 아까차럼 무릎을 모으고 머리에 깍지까지 제대로 끼며 자세를 추스린 경수는 이제 뒤의 소리와 움직임에 정신을 집중했다. 혼나는 건 무서우니까 조금 더 늦어졌으면 좋겠는데, 방금 살살 건드려 놓은 뒤는 또 준면이 얼른 저를 만져주기를 원했다. 어쨌든 벌을 받고 나면, 준면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있었으니까. 자신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준면이 아무리 화가 났어도, 화를 내면 더 냈지 준면은 절대 경수를 혼낸 채 방치하진 않았다.
그래서 경수는 긴장감에 목이 탔지만 꾹 참은 채 허리를 더 곧게 폈다. 어떻게든 준면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보이기 위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빨리 화를 풀어주기 위해.

















드라이기를 정리하고 수건도 빨래통에 넣고는 넓찍한 패들을 들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준면은 경수를 밀쳐 침대위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갑자기 어깨가 밀렸지만 본능적으로 침대 위를 손바닥으로 짚은 경수는 지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수십번, 아니 수백번도 더 해서 익숙해진 자세를 잡았다. 아까 준면의 책상 위에서처럼 팔꿈치까지 침대위로 대고 허리를 조금 숙여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였다. 자세를 잡는 경수에도 아랑곳않고 준면은 그 사이에도 경수의 좀 전보다 더 빨게진 엉덩이를 한 번 더 꾹 쥐어 잡아올렸다.




"아까 생각보다 안 혼냈네, 내가. 그치."
"..."
"그러니까 정신을 못차리지."
"잘못했어, 혀엉.."
"뭘."
"응?"
"뭘 잘못했는데?"




그건..  딱히 무엇을 잘못했다 생각한 적이 없던 경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게, 뭐지. 회사에서 잘못한건 아까 다 혼났는데. 하지만 그 순간 경수가 아무리 빠르게 머리를 굴려봤자 이미 준면은 아까 전에 패들로 경수의 엉덩이를 쓸고 있는 채였다. 




"하여간 이런데선 참 멍청해, 경수가."
"..."
"이번주 빨래 담당 누구야."
"...형 아니야?"
"응. 나지. 뭐 잊은 거 없어, 또?"





설거지? 아침? 청소? 분명 아닌데. 준면이 준 힌트를 활용해 어떻게든 생각해보려 애써봤으나, 잘못 나가도 한참은 잘못 나갔는지, 전혀 답을 알 수 없었다. 자기를 날카롭게 훑는 준면의 시선이 보지도 않고도 느껴지는 경수는 진작 머리를 굴리지 않은 자신을 원망하며 울상이 되었다. 거기다 뒤에 둥글게 문질러 지고 있는 패들의 차갑고 딱딱한 감촉때문에 초조하게 이유를 생각해봤자 긴장은 배가 될 뿐이었다.




"너 오늘 뭐입고 갔어."
"그야.. 정장.."
"하나씩 대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와이셔츠랑.. 넥타이랑, 소, 속옷...이..랑..."
"또."
"주, 준면형.."
"그것밖에 안 입고 갔어?"




자, 잘못했어.. 그래, 너 잘못했다니까. 경수가 황급히 뒤를 돌아 준면을 올려다보아도, 냉정한 표정의 준면은 앞을 보라며 엉덩이 위에 대고 있던 패들을 힘주어 밀었다.


며칠 전, 회사 동기들과 처음으로 가진 술자리에 신이 나서 만취된 채로 통금시간을 훌쩍 넘긴 경수는 딱 오늘처럼 무섭게 패들을 들고 제 앞에 서있던 준면에게 두 손을 파리처럼 빌며 했던 약속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아니, 떠올랐다는 말보다는.

나, 나.. 속옷 안 입고 다닐게..!
몇 일.
응? 며.. 이, 일주일? 

특히 학창시절, 준면이 화가 나면 혼을 내고 가끔 재미로 내렸던 벌이 생각난 경수는 그 순간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엉덩이를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준면에 오히려 자신이 당황해야 했다. 우리형.. 몰랐는데 이런게 취향인가. 아무튼 그 순간을 넘어가면 그만이었던 경수는 준면이 왠일로 쉽게 받아준 조건에 오랜만의 매타작을 겨우 피할 수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딱 월요일과 화요일까지 정말 속옷없이 출근했던 경수는 속옷의 중요성을 새삼 느껴야 했다. 학교 다닐 때는 매 맞은 엉덩이가 거칠거칠한 바지에 쓸려 아파서 짜증이 났었다면, 지금은 아무 보호막도 없는 앞이 쓸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행여나 누군가가 눈치 챌까봐 그것도 무서웠고. 정장은 아무래도 청바지보다 얇고, 또 와이셔츠도 바지 아래로 넣고 다녀야 하니, 하반신은 그대로 노출되는 게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차마 인심을 써서 형벌을 줄여준 준면에게 불편하다며 칭얼댈 용기도 나지 않았던 경수는 수요일에 결국 준면 몰래 속옷을 입고 회사에 갔고, 어제 퇴근 후 지친 몸에 저도 모르게 빨래통에 낼름 제 속옷을 넣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저는 오늘도 제대로 벌을 수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짜아아아악-
"그러니까 너가 정기적으로 이렇게 매를 버는거야."
"끕, 하나.."
"숫자 세지마. 꾀 부린 거에다가 통금 안 지킨것까지 혼날라면 수로 다 못 세."


짜아아악-
"좀 봐주니까 또 불량하게 굴지, 도경수."
"아흡.. 잘못했어요.."


짜아아아악-
"입 다물어. 다 듣기 싫어."




눈물이 핑 도는 세기에 벌써 절로 눌린 소리가 새어나왔지만, 경수는 그보다도 앞으로 자꾸만 쏠리는 자세를 원래대로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짜아아악- 짜아아아악- 패들도 패들이었지만, 내려오는 세기가 아까 회사에서 맞았던 매는 정말 장난이었구나 싶을 정도였다. 평소같으면 매를 때리면서 하는 준면의 잔소리에 집중해야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 말도 없이 혼만 내는 준면때문에 경수는 준면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혼이 나야 하는지. 그 두려움과 긴장감에 스스로 싸워야 했다. 모든 것을 준면과 함께 해온 경수로서는, 혼자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든 항상 버거웠고, 그래서 지금 준면이 아무말이라도 제발 해주기를 바라고 바랐다.  





짜아아악- 짜아아아악-
"어흡.."

짜아아아아악-
"혀엉, 끕.."

짜아아아악-
"으읍, 끕, 너무.."




조금의 텀도 없는 매질에 경수가 혼미해질 때 쯤, 준면은 갑자기 경수의 얼굴을 살짝 눌러 침대에 닿게 만들었다. 저절로 어깨가 침대로 밀착된 경수는 눈물인지 땀인지 이제 구분도 되지 않는 얼굴을 힘겹게 들어 준면을 쳐다보았고, 준면은 그런 경수를 한번 쳐다보고는 의자 위에 놓여져 있는 다리를 조금 움직이고는 엉덩이를 높게 들게 했다. 그리고,





"혀, 형..!"
"힘 줘."
"이게..끄, 안돼애.."
"떨어지면, 열 대씩."




히익.. 보이진 않지만 분명 엉망이 되고도 남았을 제 엉덩이에도 당치도 않은 높은 숫자를 부르는 준면에 경수는  엉덩이를 힘껏 조였다. 두껍다고는 할수는 없어도 일단 무거운 부피감이 있는 패들을 엉덩이 골 사이에 길게 끼워둔 준면은 매가 고정된 것을 확인하고는 경수의 옆에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힘을 주느라 눈을 꼭 감는 경수의 얼굴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렇지만 준면은, 요즘 들어 힘든 회사생활에 지친 아이가 안타까워 대충 넘어가줬던 생활규칙들이 무너지고 있음에, 오늘은 좀 독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도 저에게 시달리는데, 집에서까지 경수를 된통 잡으면 답답해 할까 조금 여유를 주었더니. 오늘 아침 빨래를 돌리려는데 경수의 속옷을 발견해버린 제 기분을 경수는 조금이라도 알까.
넘어가주어야 하나, 한번 경고만 해주면 되려나, 한동안 고민하던 준면은 저와의 약속까지 깨버린 것은 충분히 혼이 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속옷을 안 입겠다는 것은 한번 깨버린 약속을 보완하기 위한 약속인 셈이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엄하게 나가더라도 아마 경수도 이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아이의 얼굴을 감싸 달래주고 싶어도 눈을 꾹 감고 참았다. 조금만, 더 버텨라 경수야.













*







"혀엉..."
"응."
"이거, 이거.."
"뭐."



준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패들은 다음 상황을 위해 예고라도 하듯 준면의 발 바로 앞에 떨어졌다. 끄읍, 끕, 그게, 힘, 힘 줬는데요.. 그대로 엎드린 채 변명하는 경수를 흘끗 쳐다본 준면이 패들을 주우며 확인해 본 시간은 벌을 세운지 십분이 좀 넘어가고 있었다.





"누가 엉덩이 내리래. 그러니까 매가 떨어지지. 더 들어."
"흐끕, 네..!"
"떨어지면 몇 대라고 했어, 내가?"
"여, 열.. 형, 끄.. 잘할, 잘할 수 있어요.. 한 번만.."
"열 대."





짜아아악-. 바로 떨어지는 매에 절로 숨이 막힌 경수는 앞으로 쏠린 몸을 다시 뒤로 밀어내었다. 하나.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힘겹게 하나, 숫자를 내뱉으면, 짜아아아악- 다시 곧바로 떨어지는 패들은 아까보다 전혀 줄지 않은 세기였다. 정말, 화가 많이 났구나. 방금 패들을 뒤로 고정하고 있으면서 잠시나마 어려운 미션을 준 준면이 원망스러웠던 경수는 이젠 오히려 전혀 봐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준면에게 어떻게든 거슬리지 않으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짜아아아악-
"아흐..끕, 여섯.."
"다시 기회를 줘도 이렇게 대충 할래?"
"아, 닌데.. 끄.. 대충, 아니에요.."


짜아아아아악-
"일고옵..! 흐윽.."
"지금도 대충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목소리 안 키워?"
"키우, 흐끕.. 울게요.. "


짜아아악-
"어흡, 여, 여덟!"
"다시 기회를 줬으면, 제대로 하라고."


짜아아악- 짜아아아악-
"아홉, 여얼..! 네에, 네.. 잘 할게요, 형.. 끄.."
"마지막 기회야. 제대로 할 수 있어?"
"네, 흐끅, 네에..! "




좋아.

다시 시간을 확인한 준면이 아까보다 좀 더 깊숙히 패들을 골 사이에 끼워 넣으면, 부은 엉덩이를 건들이는 탓에 고통과,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닿는 애널이 자극되어 절로 소리가 새어나왔다. 버텨. 군데군데 퍼렇게 멍이 든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어번 친 준면은 아까처럼 경수의 옆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으읍.."
"버티라고 했어."
"끄..네.."



힘들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매가 떨어질 것 같은 경수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젠 거의 패들이 중간에 끼어져 있다기보다는, 엉덩이 위에 올려져 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삐져나와있었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 조금 힘을 빼면 뒤로 빠지는 패들은 거기에 다시 힘을 줄 수록 다시 비죽비죽 튀어나올 뿐이었고, 이후에 경수는 힘을 주어 버틴다기 보다는 요령껏 매의 균형을 맞춰 자세를 잡아야 했다.
애초에 두툼한 패들을 오래 짚고 있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준면은 그것을 알면서도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제대로 벌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본보기만 보여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5, 4, 3, 2.. 그리고 1.
준면이 속으로 정한 20분은 이미 호되게 혼이 난 후, 또 다시 10분동안 벌을 서고 다시 시작한 경수에게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이젠 얼굴 전체를 땀으로 적신 경수를 한번 내려다 본 준면은 일어나면서 패들을 치워주었다.




"그만. 앉아."
"흐읍.. 네, 후으..."
"똑바로, 정자세로 앉아."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군기가 바짝 들어간 경수는 제 엉덩이 사정을 배려해줄 틈도 없이 반듯이 자세를 잡았다. 패들을 치우느라 여전히 준면은 경수의 뒤에서 왔다갔다 거렸고 경수는 제 훌쩍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순간순간에도 뒤로 정신을 곤두세웠다.







"1분 줄테니까 울음 그쳐."
"히끕.. 네, 형.."




벌을 받는 걸로 반성의 시간은 충분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워낙 혹독한 벌을 받은 탓에 끝나면 바로 달래줄 줄 알았던 준면은 이젠 경수의 울음소리가 거슬렸는지 여전히 경수 앞에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최대한 크고 깊게 호흡을 하던 경수는 조금씩 진정되는 떨림과 울음에 눈을 꾹 감았다 떴다. 호되게 맞은 엉덩이도 엉덩이었지만, 벌을 받느라 전신을 긴장한 탓에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후,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손길에 놀란 경수는 발가락을 한껏 움츠렸다.





"속옷, 다음 주까지."
"..."
"대답 안할래? 다다음주?"
"아, 아니..! 다음주까지요.."
"..대신 내일은 입어. 너 엉덩이 상태로는 내일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할 판이네."
"...흐윽,"




살살 멍이 든 부위를 아프지 않게 쓰다듬는 손길에 문득 다시 울음이 터진 경수가 제 옆에 서 있는 준면을 올려다보면, 정말 다 끝났는지 준면이 살살 눈가를 쓸어주었다. 혀엉-. 그제서야 자세를 풀고 준면의 허리를 꼭 끌어 안는 경수의 머리를 감싸 안은 준면은 경수의 떨리는 어깨와 등을 쓸어내려주었다.





"나아.. 잘못했어..."
"응. 이제 끝났어."
"흐윽.. 다음주엔 정말, 끕, 벌 잘 받을거에요오.."
"이런 꼴 안나게 내가 나갈때마다 확인할거야."
"우응.."
"이게, 어디서 몰래 꼼수를 쓰고."




잘못했다니까아.. 준면의 배에 얼굴을 비비는 경수는 느껴지는 잔 근육의 느낌이 좋아 준면의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그만, 이제 일어나. 약바르자. 그 말에도 경수의 팔에 힘이 빠질 생각을 안하자, 준면은 억지로 경수를 떼내어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살짝 경수를 들어 제 어깨위로 경수를 걸쳤다.



"히익.. 이게 뭐야, 형! 무서워!"
"약 가질러 가야지."
"나, 나 침대에 엎드려 있을게! 무서운데, 형 힘도 없잖아!"
"죽을래?"




방금까지 힘 없는 형한테 너덜너덜하게 혼이 난 사람이 누구더라. 차마 정말 너덜너덜해진 엉덩이를 더 괴롭히진 못하고 바로 아래의 허벅지를 경고하듯 세게 주물럭거리는 준면에 경수는 더 반항하지 못하고 거꾸로 매달린 채 준면의 옷자락을 꾹 잡았다. 으으, 무서운데.. 정말 살짝 몸을 떠는 경수가 귀여워 준면은 실실 소리없이 웃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남자를 한명 들쳐 메고도 전혀 힘들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기분이 좀 꿍해져 허벅지를 찰싹 때려주었다. 같이 살면서, 나만 먹나 왜 이렇게 마른거야. 이렇게 가벼워서 남자구실은 어떻게 하겠냐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내일은 양심상 병가를 내주고, 귀여운 제 애인 영양보충 좀 해줘야 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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