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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오일] Mischievous

망꾸 2016. 12. 27. 12:33


 

 

 

 

 

 

 

 

 

 

 

 

 

 

 


"...지훈아."
"왜요?"
"나 그만하면 안될까?"
"아직 10분도 안 됐거든요."




...치. 입술을 내밀고 뒤를 돌아보면 한쪽 눈썹을 내려뜨린 지훈은 다섯대 추가라는 말을 하며 손을 휘휘 저을 뿐이었다. 소심하게 발을 한번 구르며 심통난 것을 최대한 티내며 다시 벽을 보았다. 와인 빛이 눈 앞에 가득찼다.




"손도 들어요."
"손?"
"들어요, 얼른."
"아아... 지훈..."
"얼른."




오늘은 정말 화가 난 걸까. 단호한 말투에 잠깐 뒤를 돌아 볼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천천히 팔을 높게 들었다. 팔까지 들면 정말 제대로 혼을 내겠다는 건데. 방금 들어 올린건데도 다리보다 팔이 더 저려왔다.

다른 생각을 하자, 다른 생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름 터득했던 방법이었다. 지훈이와 이런 놀이를 하는 건 재밌긴 했지만 일단 아픔을 느끼는 건 사람의 본능이니까. 생존전략 같은 거랄까.

음...그러니까. 이렇게 벽을 보고 서 있을 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꼭 벽을 이런 붉은 색으로 해 둔 건지. 취향이 알 만 했다. 거기다가 무슨 24살 짜리 자취생이 이런 방이 몇 개 달린 집에서 사냐고. 사실 나 없을 때 여자들 막 데려오는 거 아냐? 라고 해봤자 자기가 여기 오지 않을 때면 숙소에 와서 자는 걸 잘 알았다. 내가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 빼고는.

표지훈의 독특한 취향은 또 여기서 더 드러났다. 책은 좆도 읽지 않으면서 서재같은 방을 꾸며 놨다는 점에서. 이 방엔 책상과 몇 권의 책이 꽃혀있는 책꽂이밖엔 없었다. 근데도 표지훈은 침실보다도 이곳에 더 돈을 많이 투자했다. 예를 들면 여기 이 이상한 색의 벽지를 다 고급스런 천으로 도배했다는 거, 그리고 바닥은 고급 호텔 로비처럼 푹신한 깔개같은 걸로 덥혀있다는 거. 거기다가 킹스맨처럼 어떤 책장옆에 버튼을 누르면 막 어떤 방이 나타난다는 것까지. 그곳엔 엄청나게 화려한 침대가 막 있는 거였다. 거기다가 이것저것 야시꾸리한 그런 도구들도 가득하고...
그걸 보고 막 신기해서 소리를 질렀었는데. 그런 나를 보고 표지훈은 또 어떠냐며 바보같이 입을 벌리고 좋아했었지. 하여튼 그동안 어떻게 그 좁은 숙소에서 살았는지. 그동안 참았던 부잣집 도련님 행세 한 번 제대로 부린 곳이 바로 이 방이었다.



'형이 다 벗고 거기에 그렇게 서 있으면,'
'형 몸들에 새겨진 문신들까지 해서 하나의 그림 같아 보여요.'


그렇다고 형이 한 그 문신들이 좋다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서 종종 표지훈은 나를 이곳에서 이렇게 벽을 보고 서 있게 했었다.
기분 좋은 날이든, 기분 좋지 않은 날이든. 기분이 좋은 날엔 조금의 꼼지락거림이나 투정같은 걸 받아줬지만 오늘처럼 별로인 날엔 이렇게 한치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손까지 들게 하는 건 아주아주 나쁜 경우였고. 그러니까... 팔이 너무 아프다.

...다른 생각 하자, 이태일. 다른 생각.






 

 

 





Mischievous

                                        w.망꾸


 

 

 



 

 

 





"지후운..."
"..."
"훈..."



다른 생각따위 결국 중력의 위력엔 다 소용이 없었다. 아까부터 팔이 자꾸만 내려 오려 했다. 하지만 정말 내려간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표지훈이 돌변하는 건 정말 한 순간이니까 미리 조심하는 게 좋았다. 물론 그것도 재밌긴했지만 쟤가 폭주하는 순간 몸이 남아나질 않을테니. 대신 애타게 이름을 몇번이고 불러보지만, 조용한 정적만 이어졌다. 끙끙대는 내 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두드리는 손톱 소리만 간혹 들릴 뿐이었다.
진짜 너무 한거 아니야? 다음 방송때는 몸 못 만지게 우지호 옆에 바짝 붙어 있어야지. 표지훈에게 할 수 있는 내 나름의 소심한 복수였다. 진짜 당장이라도 팔이 부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가혹한 벌이 아닌데도 땀이 후두둑 떨어졌다. 이런 유치한 벌에는 그동안 해오던 운동도 근육도 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엎드려서 한시간을 있는 게 차라리 편했지.




"하."
"후, 훈아...?"
"30분을 채우는 법이 없네요."
"...미안."




이렇게까지 숙이긴 싫지만, 어쨌든 이건 우리끼리 정한 규칙이니 올라오는 울분을 애써 참아냈다. 목까지 차오른 너무하단 투정도 억지로 삼켰다. 또 한참 말이 없는 지훈에 살짝 고개를 돌리면 여전히 핸드폰만 두드리고 있는 게 보였다. 쟨 무슨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폰으로 뭘 하는거야. 심통이 막 나려는 사이, 지훈이 고개를 드는 것이 느껴져 얼른 다시 벽을 돌아봤다. ...못봤겠지? 고개만 벽만 돌리고 눈을 마구 돌리고 있으면 뒤에서 지훈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삐빅-.

"가서 적당한 패들 하나 골라와봐요."
"...내가...요?"
"네. 너가요."



다행히 팔을 내릴 수 있게 되었지만, 표지훈의 감시 아래 저린 팔을 주무를 새도 없이 막 완전히 열린 좁은 틈 사이로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뒤에서 계속 쳐다보는 눈이 느껴지니 무슨 죄수가 감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짜증나. 그렇게까지 잘못은 안했는데. 짜증은 났지만 일단 그만큼 표지훈이 화났다는 거다. 이태일, 참자, 참아. 표지훈은 내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면 금새 꼬리를 내릴거였다. 하지만 그럼 재미가 없어지니까.

완전히 안으로 들어서면 가운데에 있는 침대 바로 앞에 딱 서게 된다. 거기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오른쪽 벽면 가득 표지훈이 수집한 도구들이 모여있었다.
흐음... 뭘 가져가지. 스팽킹을 싫어하진 않지만 직접 이렇게 매를 고르는 건 조금 다른 경우였다. 거기다가 도구를 쓰는 것보다 표지훈의 커다란 손을 훨씬 좋아하기도 했고. 손으로 맞겠다고 하면 더 화를 내려나. 잠시 고민하던 사이 밖에서 재촉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






"딴 거. 이거 너무 얇잖아. 장난해요?"
"..."
"빨리 안 가져오고 뭐해요."


"이걸로 스무대 이상 맞을 수 있어요?"
"힉.. 스무대?"
"딴 거."


"이건 맨 처음 꺼랑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헝..."
"뭐해요."
"...다른 거 가져올게..."




대충 넘어가려는 생각은 오산이었나보다. 네번째에서야 매를 건네받은 표지훈은 책상에 손부터 팔꿈치까지를 댄 후 허리를 숙인 자세를 시켰다.
이 방에 딸린 거대한 원목책상을 처음 보고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나를 보고 표지훈은 그랬었다.

우리가 이런 거 어디서 해보겠어. 해보고 싶어서 샀어.

라고.
그때는 뭘 해보고 싶었는지, 뭘 못하겠다는 건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는데. 정작 자기가 작업하는 책상은 숙소에서 쓰던 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책상을 그대로 들여서 하면서. 이런 튼튼하고 고급스런 사장님 책상이 뭐냐고. 하여간 돈지랄하는 것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손 쫙 펴요."
"으응..."
"...밑에 천 대줘요?"
"응!"



그러니까... 이 딱딱한 책상은 생각보다 나를 괴롭혔는데, 나한테 주는 모든 벌들이나 그런 것들이 이 책상 위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곳 위에서 매를 맞거나, 수치스런 자세로 버티거나, 하다못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나 서는 자세로 벌을 서는 것 까지. 표지훈은 침대에선 좋은 기억만 있어야 한다는 되게 이상한 철칙같은 게 있었다. 숙소에 있을 땐 그래서 맨바닥이나 멤버들이 없을 때 거실 쇼파에서 혼이 나던 상황들은 다 그 때문이었고. 그 모든 걸 여기서 하게 된 거였다.

이 책상에서 처음 매를 맞았을 때가 내가 몰래 문신 하나를 더 하고 왔을 때였나.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차분하게 화난 표지훈은 내가 제일로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난데, 딱 그 표정을 하고는 말도 없이 몇 십대를 마구 때렸었다. 바로 지금의 이 자세를 하고서.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힘이 두배로 세지는 바람에 그 무지막지한 매를 버티느라 팔꿈치까지 다 까졌었다. 맞는 곳보다 까진 곳이 더 아픈데도 말도 못 꺼냈었는데. 나중에 그걸 보고 통곡해대던 표지훈은 그 때 이후로 두툼한 담요같은 걸 옆에 두었었다.




"나 정말 스무대보다 더 맞아?"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죠. 아직까지 눈치보는 법도 못 익히고. 5년동안 뭐했나, 이태일."
"그, 그치만.. 맨날 하던거잖아... 응?"



자세가 밀려나지 않게 손바닥 빼고 정확히 손목까지 천을 대 준 표지훈은 자기가 맘에 들 때까지 내 자세를 교정했다. 그 손을 얌전히 따라가면서도 나는 내 앞에 패들에서 눈을 도통 뗄 수가 없었다. 그 날 이후 여기서 똑같은 이런 자세로 각잡고 맞은 건 처음인데. 아팠던 기억이 있으니 나도 사람인지라 긴장이 되긴 했다. 그렇게 화나 보이지도 않는데...



"다리나 쭉 펴."
"ㅅ, 스무대는 근데..."
"까치발도 들래?"
"아니...! 미안..."



조용히 할게... 말을 흘리곤 벌써부터 힘이 잔뜩 들어간 손등에 눈을 고정시켰다. 시야에 들어와 있던 패들이 표지훈 손에 들어갔다. 톡톡, 엉덩이를 치는 패들의 면적에 조금 더 겁이 났다. 아주 티나지 않을 만큼만 더 얇은 걸 가져올 걸 그랬나. 이제와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지만.



짜아아아악-
"하읏..."
"숫자도 셀 필요 없고, 소리도 크게 내도 되니까 자세만 흐트러지지 마요."
"네..."
"그 전에. 내가 하루에 뽀뽀는 몇 번이랬어?"
"그게,"



하루 다섯 번이었다. 표지훈이랑 타협을 본 게. 그러니까, 다른 멤버들이랑 할 수 있는 뽀뽀 갯수...라는게 좀 이상한 규칙이긴 했지만.
뽀뽀는 처음엔 질투심 많은 표지훈때문에 시작한 거였지만 워낙 스킨쉽을 좋아하는 내가 습관이 되어버려 제대로 한번 싸우던 도중 그 갯수라는 걸 정한 거였는데. 정하기만 정했지 사실 별로 지켜지지도 않았었다. 내가 할 때마다 표지훈이 갯수를 세며 귓속말로 경고를 하긴 했지만 자기도 그만큼 다른 애들한테 하든지 그런 방법으로 복수를 하곤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면 내가 납득을 하겠냐고. 그렇게 따질 말들은 넘치고 넘쳤지만,




짜아아아아악-
"하압...! 아파..."
"좋게 말할 때 듣는 법이 없죠, 형은."


짜아아아악- 짜아아아악-
"내가 자세만 유지 하랬어요. 어려워요?"
"아아, 흡, 그게, 아니, 미안..."




내가 납득을 하지 않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운동을 드럽게도 싫어하는 표지훈은 아마 이런 것들로 체력유지를 하는 듯 했다. 갈수록 힘도 세지고. 허벅지는 튼튼해지고. 몸도 커지고. 그렇게 보면 나한테 고마워해야 되는 거 아닌가. 진짜 아파죽겠네. 다섯대를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리가 떨리는 듯 했다.










*





"갖고 들어 가 있어."
"흐윽, 힝... 혼자?"
"빨리."



스물하고도 맨 처음 적립해 둔 다섯대까지를 꽉꽉 채우고서야 표지훈은 팔을 내렸다. 진짜 적어도 며칠은 갈 것 같은 아픔이었다.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두 눈 가득 고여있어, 일부러 표지훈에게 보여주며 닦아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오늘만큼은 진짜 독한놈. 나쁜놈. 패들을 두 손으로 건네받고 책장 사이로 들어갔다. 덩그러니 보이는 침대가 눈 앞에 있는데 준비물인 표지훈이 없다니. 진짜 서러웠다. 뽀뽀 한 번 더한 게 스물 다섯 대만큼의 잘못이었으면 진작 조심했지 않겠냐고. 뒤를 살짝 확인하면 탱탱 부어오른 엉덩이가 아주 잘도 보였다.



"씨이..."



다시 나가서 따져볼까. 그렇게 잠시 생각이 났지만 한번 더 불쌍한 엉덩이를 바라보자니 안될 노릇이었다. 심지어 이렇게 혼자 방에 들어가게 하는 걸 보면 아직 벌이 끝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면 어떻게 하고 있어야겠어.

바로 옆에서 말하듯 머릿속에 표지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니까... 이런 적이 처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침대 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었다. 이 정도면 될까? 어디로 갈지 모르는 어색한 두 손으로 패들을 꾹 움켜 쥐곤 나란히 무릎 위에 두었다. 고개를 들면 막 방으로 들어서는 표지훈이 보였다.




"내가 이거 가져다 두라고 하지 않았어요?"



내 얌전한 모습을 보고도 하는 소리가 저거였다. 표지훈은 날 보자마자 기다란 손가락으로 내가 들고 있는 패들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표지훈이 침대에선 절대 도구를 쓰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다. 표지훈의 바보병이 옮았나, 몇 년을 알고도 그걸 착각하다니.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아니..! 지금 가져다 둘게..."
"손 대봐."



짜아아악, 짜아아아악. 짜아악.
세 대가 지나간 손바닥은 금새 빨갛게 부어 올랐다. 진짜 하나를 안 져주는구나. 아까보다도 더  표정없는 얼굴이 나를 똑바로 내려보았다.



"이건 너가 관리하는 거라고 했죠."
"흐윽... 네..."
"바로바로 정리해야 될 거 아냐."
"잘못했어..."
"갔다 와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빨게진 손바닥으로 표지훈이 주는 패들을 받고선 얼른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뒤를 돌기가 조금 겁이 났지만 어짜피 해야할 걸 알았다. 빠른 걸음으로 침대에 걸터 앉은 표지훈의 앞으로 가 섰다.



"내가 언제 벌 끝났다고 했어요?"
"아니..."
"근데 누가 멋대로 침대에 올라와."
"..."
"어떻게 하고 있어야 돼?"



아까 머릿속에 울리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지만, 이번엔 더 나은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나는 나를 쳐다보는 지훈이를 올려다보았다. 아까부터도 이게 답이었는데. 오랜만에 호되게 혼난 게 사고를 정지시키기라도 했나보았다. 딱딱한 바닥에 똑바로 자세를 취하려니 부어오른 엉덩이가 아팠다. 그렇지만 자세를 푸는 것보단 이렇게 아픈게 나은 걸 알았다.
머리에 닿는 커다란 손이 느껴졌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지. 강아지를 칭찬하듯 턱까지 내려온 손은 턱 밑을 가볍게 쓸었다. 조금 유해진 분위기에 정말 개처럼 혀를 살짝 내밀면, 웃으며 혀를 살짝 찍어내는 손가락에 나도 따라 생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거 먹어요."
"...응?"
"10분 줄게요."




깔끔히 비우면 상을 주고, 아니면 또 벌 받고.
아까 같이 들고 온 접시였다. 순식간에 내 앞에 놓여진 접시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시작, 이라며 손목시계를 툭툭치는 지훈일 올려다보면 어느새 꼿꼿히 앉은 지훈은 다리를 꼬고 턱짓을 한 번 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마지막 벌이란 말이지. 혀는 또 내가 잘 쓰는 것 중 하난데. 준비자세를 취하듯 두 손을 접시 양 쪽으로 내려두었다. 고개를 내리면 자연스레 엉덩이에 닿는 무게가 줄어 훨씬 편했다. 접시에 가까이 가니 나는 향이 딸기 요플레가 분명했다. 이 정도면 못 할 것도 없지. 표지훈, 내가 진짜 오늘 서러워서 너한테 상 받고 만다. 








*




생각보다 혀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접시에 손을 대지 않고 요플레를 먹는 것도 힘들었다. 자꾸만 그릇이 움직이는 바람에 자세를 바꾸어야 했고, 한참 내밀고 있는 혀때문에 턱엔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래도 이태일 키스 경력에, 이 정도는 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분 끝."



표지훈이 접시를 가져갔을 땐, 접시의 가장자리에 요플레가 조금 남아있었다. 구석구석 없애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저걸 어떻게 다 먹어! 표지훈을 째려보면, 그릇을 검사하던 지훈인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그렇다 쳐도, 여긴 어떡할건데요?"



내 코를 쓰윽 문지른 표지훈은 자기 손으로 닦아 낸 요플레를 제 입으로 가져갔다. 말도 안된다며 씨익씨익 거리는 나를 보며 내 앞에 쪼그려 앉은 지훈인 내 양 볼을 잡고 내 얼굴에 묻은 자국들을 혀로 날름날름 없앴다. 아... 많이 묻었나보네. 접시에 있는 걸 빨리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었던 나는 괜히 뻘쭘해져 어깨를 축 늘였다.




"못 한 건 못 한 거죠."
"..."
"예쁘게 천천히 먹었으면 이렇게 범벅이 되진 않았을 거 아냐."
"그럼 접시에 있는 걸 다 못먹었겠지!"
"그건 형 잘못이죠."
"...허."
"할 말 없지? 벌 받아야 겠죠?"




올라가. 어느새 내 엉덩이를 움켜 쥔 지훈은 나를 침대로 밀어 올렸다. 야아.. 나 힘들어. 아랫입술을 내밀어봐도 표지훈은 핑계대지 말라며 내 말을 딱 잘랐다. 엎드려요. 그러며 손목시계를 풀고 옆에 서랍장에 올려둔 지훈은 그새 침대 맞은 편으로 도망간 내 발목을 잡아 자기 바로 앞으로 단숨에 끌어왔다.



"아... 나 엉덩이 더 맞으면 진짜 못 움직여. 어?"
"누가 잘못하랬나."
"소, 손으로...? 내일 또 어정쩡하게 하면 연습실에서 쫓겨나, 나... 지훈아...?"
"형이 설마 쫓겨나겠어요?"
"...나도 우지호는 무서워."



나를 제 아래에 두고 올라온 지훈은 내 말을 듣는척도 않고 흐음.. 하며 턱을 긁더니 굳이 방금 엎드린 내 몸을 다시 뒤집었다. 이럴거면 왜 엎드리라고 그랬는데! 기가 찬 내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또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아까 방송때부터 화가 나 있던 지훈이 심하게도 만져놓은덕에 가슴은 금새 자극되었고, 다른 쪽 손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엉덩이를 만지는 바람에 몸이 절로 들썩였다.



"아, 하앗... 뭔데.. 진짜 나 또 맞아..?"
"네."
"아.. 뭐, 뭘로? 읏, 나 차라리 지금 바닥에 있더라도 너 손보다는 차라리 패들이, 앗... 낫겠어. 너 손은 너무, 아파."
"흠... 아쉽지만 손은 아니고."
"야, 하.. 가슴 좀 가만히.. 흣, 그럼 뭔데?"
"내 바지 속의 느낌표?"
"..."
"그걸로 맞을건데."



너 진짜 미쳤냐? 내 기겁한 얼굴을 바라보는 진지한 얼굴을 대하려니 어이없어 웃음이 터졌다. 그 와중에도 끈적한 손은 이미 곤두 선 유두를 진득하게도 괴롭혀댔다.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걸 내려다보는 표지훈은 지금 가장 얼척없는 상황 그 자체였다. 
진짜 미친놈. 또라이. 나쁜데 귀여워서 미워할 수도 없는 놈. 어깨를 조금 아프게 찰싹 내리치면, 그 손을 끌어 자기의 와이셔츠 깃으로 가져갔다. 나 단추 풀기 귀찮아, 형이 해줘요. 하여간 얘는 끼부리는 거 하난 세계 최고여서.




"이번엔 숫자 세요."
"아, 미쳤어? 몇 번이나 하려고!"
"벌이라니까? 호되게 혼내줘야지."
"야아!"
"숫자 까먹고 좋아서 기절할 때까지 때려줄게."




표지훈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내 유두에 이번엔 입술이 느껴졌다. 방송에선 입으로 못 만져줘서 아쉽다는 그곳에. 아린 엉덩이 양 쪽에 손이 닿고는 금새 힘을 주어 벌렸다. 망설임없이 안으로 들어오는 손가락이 느껴졌다. 내가 빠른 손으로 와이셔츠를 벗기면, 동시에 내 두 눈 가득 표지훈의 하얀 속살이 보였다.
이걸 볼 수 있는 건 거의 내가 유일하겠지. 노출을 싫어하는 표지훈은 내가 좋아하는 점 중 하나였다. 문신으로 가득한 내 몸과 정반대인 표지훈의 하얀 살은 참 이쁘다. 그 큰 몸에 온통 빨간 내 흔적을 남기고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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